지금 그의 위치는 그에게 어쩌면 아주 당연한 위치다. 1985년 대학에 입학해 단과대학 학생회 인권부장을 맡아 소리 높여 인권신장을 외쳤다. 전남대학교에 처음으로 총학생회 외에 총여학생회를 두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회사에 들어가서는 노조민주화투쟁을 하는 과정에서 부당 해고를 당한 후 74일 동안이나 해고자 복직 투쟁을 하며 노동자 처우개선을 외쳤다.
특히나 그가 처음 들어간 전남방직이라는 곳은, 여성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주를 이루고 있었던 곳이다. 때문에 1990년도에 ‘여성 노동자회’를 만들고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여러 사회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을 하게 된 것은 그와 그가 살았던 시대에 있어 당연한 귀결이었다.
 ▲ 광주여성민우회 조영임 공동대표
이렇듯 20년 동안 여성운동을 끈질기게 펼쳐 온 조 대표로부터 광주여성민우회 활동과 여성 운동가로 산다는 것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Q 광주여성민우회의 주요 활동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광주여성민우회는 2000년 설립돼, 직장과 가정, 지역사회, 그리고 여성들의 일상생활 속의 차별과 소외를 해소하고 참여하는 여성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껏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여성들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여성이 인격적·성적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애를 쓰고 있고요. 또 성폭력 상담소와 피해여성들의 쉼터를 운영하면서 가정 폭력, 성폭력 등에 의해 상처받은 여성들의 안식처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여러 계층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가해자들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성폭력 예방교육도 함께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한편 최근 들어서는 국가 정책에 반영해 여성과 양성평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인지 예산분석’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Q 일각에서는 양성평등이 어느 정도 이뤄진 이제, 여성운동을 펼치는 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냐는 의견도 대두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여성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여성들이 정치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는 조대표
Q 여성운동 활동가에서 가족과성상담소 소장으로, 또한 현재의 광주여성민우회 공동대표에 까지 이르렀는데요, 각 역할에서 마다 고민들도 조금씩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여성단체 리더로서의 어려움이라면? 가족과성상담소 소장과 광주여성민우회 공동대표의 역할 간에 큰 차이는 없어도, 한 여성단체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상황들에 대해 대처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여성과 관련된 정책적인 부분들을 제 때 이슈화 시키고, 이슈에 대해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하지요. 또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재정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어요. 재정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 하는 것도 대표로서의 고민 중 하나구요. 가장 중요한 것은, 현 단계에서 여성운동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나,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하냐는 것이죠.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여성운동이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여성운동은 분명 필요한 만큼, 어떻게 끌고 나가 생활 속에 뿌리내리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또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지역 사회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그들이 리더가 되어 지역사회를 변화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있고요. 특히 젊은 세대들이 여성 운동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Q 여성운동에 남겨진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여성운동 외길을 걸어온 흔적이 얼굴에 가득하다
Q 다가오는 추석에 대비하는 '비법' 한 수... 제 주변 40대 후반 여성들은 추석 한 달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해요. 추석을 준비하느라 여자들끼리 뭉쳐서 각자 나눠 음식을 하기도 하고, 장을 함께 보기도 하고…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해서 수고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잖아요? 민우회에서도 명절을 위한 운동을 하는데, ‘남자 여자 모두 함께 준비 하고, 간소하게 치르자’는 것이 저희 주장입니다. 여자들은 음식 준비할 때만 자손이고, 제사 지낼 때는 뒤로 쏙 빠져 있어야 하잖아요. 남자들은 여자들이 음식 준비할 때 지시만 하고요. 제 경우는 절대 저 혼자 준비하지 않아요. 다 함께 준비하곤 하지요.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세요. 우리 여자들, 이번 추석 때는 어깨가 조금 덜 아팠으면 합니다.
조영임 대표와의 인터뷰는 조금 무거웠지만 유쾌했다. 그가 이야기한 문제들이 곧 ‘나’의 문제들이고, 내가 주체가 되어 해결해야 하기에 부담스럽기도 한 반면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유쾌해지기도 한 것이다. 그가 20년 여성운동을 통해 조금씩의 변화를 경험했듯, 기자 또한 작지만 강한 여성리더가 되어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기를 스스로에게 기대해보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 : 위민기자 김수지
사진 : 위민기자 김봉민 |